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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이 아이에게 지고 마는 부모
KIDCA
2017.12.13 07:12
아이는 더 이상 엄마가 화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섯 살 혜원이(가명)의 행동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한다. 엄마 뺨을 후려치고 주먹질을 해대는 가 하면,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물건이나 마구 던진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당연히 혼이 날 것이다. 심하게 혼날 상황인데도 혜원이는 절대 혼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과격한 행동을 하는 아이

혜원이네 가족들은 웬만하면 혜원이의 심사가 뒤틀리게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조금이라도 혜원이의 신경을 거슬리면 당장 난리가 나기 때문이다. 누나들이 학교에 간 오전 시간. 놀이가 점점 격해지는 것을 보다 못한 엄마가 슬쩍 때리자, 혜원이는 화작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엄마한테 “맞으려고”라며 장난감을 집어 던지는 것이다. 과격한 행동이 계속 이어지지만 엄마는 속수무책이다. 아이가 때리면 그냥 맞고, 물건을 던지면 알아서 피하거나 가능한 한 안전한 자세로 맞아줄 수밖에 없다. 이런 과격한 행동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밖에 나가도 혜원이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마트에 가자마자 무엇 때문에 심사가 뒤틀렸는지 혜원이가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를 발로 차는가 하면, 진열된 과자를 마구 집어 던지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누나가 나서서 혜원이를 한 대 때리자 급기야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분명 혜원이가 잘못했는데도 엄마는 누나를 말린다. 도대체 이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엄마

일상을 관찰해 보니 혜원이 엄마는 여느 엄마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게 무섭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엄마와 단둘이 있는 시간. 갑자기 혜원이가 물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거꾸로 들어 거실에 물을 쏟기 시작했다. 이윽고 빈 병이 된 페트병을 거실에 내던지더니 또다시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져댔다. 엄마에게도 물건을 던지는 혜원이. 이런 아이에게 화를 낼 법도 하건만, 엄마는 무덤덤하게 혜원이가 던진 물건들을 치우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태연하게 전화까지 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그러나 페트병에 들어 있는 물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급기야는 베란다에 있는 호스를 가져와 거실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모처럼 식당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물통에서 얼음을 꺼내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실수로 얼음을 떨어뜨리자 혜원이는 벼락같이 화를 낸다. 보다 못한 누나가 나가 있으라고 잡아끌면 혜원이는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소리 지르는 것은 예사다. 고기 굽는 집게를 다른 테이블이 있는 데까지 던지는가 하면 콜라가 담긴 컵을 던져버리기까지 했다. 보다 못한 손님들과 식당 주인까지 나서서 혼을 냈지만 정작 따끔하게 아이를 야단쳐야 할 엄마는 태연하게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엄마는 묵묵히 고기를 먹고 있었다. 혜원이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더욱 난리법석을 떨었다. 즐거워야 할 가족 식사가 난장판으로 끝나는 순간이다.

  

전문가 진단: 엄마의 권위 상실로 인한 양가적 애착 관계

도대체 엄마는 왜 아이를 혼내지 않는 걸까. 엄마는 “제대로 훈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말한다. 재혼을 한 엄마는 아이가 친아빠의 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크는 게 미안해 어렸을 때부터 오냐오냐 키웠단다. 뒤늦게나마 훈육을 하려고 하니 아이가 더욱 과격해지는 것이다. 혼을 내면 먹은 것을 전부 게워 내고, 열이 나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훈육을 포기한 채 전부 받아주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아동 상담 전문가 이보연씨는 “엄마가 완전히 권위를 상실한 상태라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혜원이는 엄마에게 불완전한 애착, 그중에서도 양가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있었다. 양가적인 애착은 미움과 애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말한다.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엄마에게 강하게 집착하는 동시에 엄마를 굉장히 사랑하면서도 엄마한테서 거부달하는 것 또한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상을 관찰한 결과 엄마에게 폭력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엄마가 자신을 두고 외출하려고 하니 불안해 하는 혜원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결 방안: 엄마의 권위 세우고, 공격적 욕구는 발산시켜라

엄마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 시급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목소리 톤을 낮추고, 얼굴 표정으로 화났음을 알리도록 했다. 엄마가 목소리를 낮추면 아이는 엄마의 기세를 제압하려고 난리를 칠 것이다. 아이가 엄마를 잡아당기고 때리려 할 때 엄마가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아이를 확 끌어 안는 것이 필요했다. 물건을 닥치는 대로 던져버리는 혜원이를 무술도장에 데리고 갔다. 공격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올바른 장소에서 그것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술도장에서는 절제와 규칙을 배울 수 있다.

엄마도 남자 놀이를 배우도록 했다. 아동 상담 전문가 이보연씨는 “부모는 공격적인 성향의 놀이를 하면 아이가 더 사나워진다고 생각해 제한하는데, 그게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엄마는 혜원이와 일정한 규칙을 정하고, 맞아도 아프지 않은 도구들을 가지고 아이가 공격적인 욕구를 발산할 수 있도록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걸핏하면 물건 던지기 일쑤였던 혜원이가 가족들의 어깨를 조곤조곤 주물러주기까지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과격한 혜원이가 아니다. 혜원이를 너무 감싸서 키웠던 탓에 단절되었던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도 개선되었다.

  

전문가의 한마디

“공격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공격적인 놀이를 하여 그 욕구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격적인 행동을 해도 되는 상황과 그러면 안 되는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 경계를 정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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